여민락 2021
싱글채널 비디오, 프로젝션, 사운드설치
650×600cm
세종문화예술회관 전시실 Gallery, Sejong Culture & Arts Center, Sejong City
전시정보
세종대왕과 음악, 여민락·與民樂
평화와 공생을 위한 시가詩歌
2021.9.3.(금) -10.9.(토)
세종문화예술회관 전시실
아티스트: 김효진
스텝
컨셉, 춤: 김효진
영상그래픽: 손시율
촬영감독: 제창규
카메라 오퍼레이터: 김치성
조명: 김길자
그립: 윤진식
촬영조수: 강주희
작가노트
<여민락-2021>은 <여민락>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의 발 움직임을 중심으로 영상 안무를 한 영상 사운드 설치 작업이다. 음악은 <여민락> 1악장 중에서 원가락 12장단을 기본으로 하였고, 발의 움직임은 <여민락> 음악에 맞춰 스트레칭 할 수 있는 움직임을 만들고 그 동작을 실행하는 발을 집중적으로 포착한 것이다. 영상 안무는 <여민락> 정간보의 장단 표기를 기준으로 하나의 프레임에서 64개의 프레임으로 반복 재생하는데 이는 궁중정재의 64인무를 차용한 것이다.
‘여민락’을 주제로 한 <여민락_2018p〉(2018)과 <여민락-2020〉(2020) 선행 작업이 있다. <여민락_2018p>는 우리 생활에서 너무 멀어진 궁중 음악 <여민락>을 일상에서 즐기기 위한 노력으로 스트레칭과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움직임을 만들었고, 이를 LED 디스플레이, 싱글채널 비디오, 퍼포먼스 작업으로 전개하였다. <여민락- 2020)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가 지향한 방향을 상징적으로 신체 움직임에서 찾아 포착하고, 신체의 가장 낮은 곳에서 중심과 균형을 잡고 있는 발의 움직임을 통해 세종대왕의 〈여민락〉을 다시 읽고자 했다. <여민락-2021>을 통해서는 앞선 두 작업에서 집중한 일상, 중심, 균형에 이어 속도에 대해서도 함께 사유 하고자 한다. 영상 안무에서 <여민락> 음악은 중력에 저항하는 것 같은 혹은 중력에 충실히 순응하는 것 같은 발 움직임의 속도로 호환된다. 호환된 이미지를 통해서 <여민락> 1장 원가락 12장단을 관조한다.
작가 인터뷰
작가로서 자신을 소개한다면?
안녕하세요, 무용과 미디어 퍼포먼스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효진 입니다. 작가로서 제 자신을 정의한다는 것이 쉽진 않지만 그동안 제 작업 과정 또는 여정을 짧게 소개해드리면 춤추는 것을 좋아했고, 열심히 무용수로 활동했고, 춤 만드는 작업을 했고, 춤과 다른 예술 장르와의 결합을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예술 장르간 경계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새로운 표현 방법에 대해 탐색·탐구하는 기간을 길게 가졌던 것 같습니다. 2000년대 중반에 미디어 퍼포먼스라는 장르를 선언한 공연을 발표한 이후부터 제 작업은 미디어 퍼포먼스라는 키워드로 귀결되어서 해석하고 설명되어졌습니다. 제가 미디어 퍼포먼스 작가라고 말씀드리지 않고 연출가라고 소개하는 이유는 공연에 있어 연출가의 기능 또는 역할에 조금 더 무게를 두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출가의 여러 역할 중에서 – 저는 ‘원본’ 또는 ‘오리지널’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 문학, 음악, 미술, 무용과 같은 원본 장르를 무대화 또는 공연화하는 역할이 있습니다. 원본을 그대로 무대에 올리기도 하고, 올리는 과정에서 연출가의 해석 또는 재창작이 들어가서 연출가의 작품이 되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는 무대화 공연화를 염두에 두고 원본을 만드는 작업부터 하는 연출가도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세 번째 작가로서의 연출가이겠죠.
(앞서) 제가 미디어 퍼포먼스라고 선언할 때 미디어가 ‘공연한다’. 미디어를 ‘운용한다’ 라는 전체 정의를 하면서 시작을 했는데 그때 제 연출의 대상이 되는 미디어는 말씀드린 문학, 미술, 무용, 음악 뿐만아니라 사진, 영화 클립, 영상 클립 등 다양한 것들입니다. 그러한 것들을 일정한 타임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특정 장소에서 시간성을 부여 함으로써 작품이 되는 그런 과정에서의 연출가의 역할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저를 미디어 퍼포먼스 작가라고 말하지 않고 연출가라고 소개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런 제 작업의 일련의 과정을 보면 저는 새로운 표현 방법을 탐구하는, 탐색하는, 좀 다르게 표현하면 가장 원초적인 표현 미디어인 몸을 중심으로 해서, 아니면 몸에서 출발해서 다른 표현 방법을 찾아가고 확장해가는 그런 작가라고 소개를 드리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세계에 대해 소개한다면?
작품 세계에 대해 말씀을 어떻게 드려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 제가 주로 제 소개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예술적인 표현 방법, 형식적인 면에 많이 집중한 경향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 형식을 표현할 때 담는 내용은 주로 저의 일상에서의 소소한 이야기,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사물과의 관계 또는 제 자신의 역할론, 주부로서, 엄마로서 어떤 역할에서 출발한 것들이 소재가 되기도 하고 주제가 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일상적인 것에 집중을 하게 된 배경은 아무래도 공연 예술 에서 출발할 때 대상을 두고 소통한다는 부분을 끊임없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소통을 전제로 할 때에 제 작업의 내용 면에 있어서 제가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알지 못하면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가 가장 잘 알 수 있고 직접 느낄 수 있고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주제나 소재를 찾다 보니 주변에 있는 사소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2018년도 (여민락)이라는 작품을 전시할 때 이 작품에 접근하는 방법적인 면에서 세종대의 <여민락>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내용에 대한 접근도 있을 수 있고 또 지금까지 남아있는 <여민락>이라는 음악 자체에 대한 접근도 있을 수 있었지만, 2018년도의 저는 그 남아 있는 <여민락>음악, 600년 전에 만들어진 음악이, 지금은 우리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박물관 피스(작품)로 전시되어 있는 것 같은 그 음악을 내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의미 있게 가져 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라는 고민에서 출발했고, 그 고민의 결과로 그 음악에 맞는 일상, 데일리하게 할 수 있는 체조라든지 아니면 스트레칭을 위한 움직임을 만듦으로써 그 음악을 제 일상에서 즐길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작업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작업 형태에서 보시는 것처럼 일상에서 예술을 향유하고 또 제 일상이 주제가 된 예술을 하는 형태의 작업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2020년도에도 <여민락)에 대한 작품을 했었는데요. 그때는 <세종 대왕의 한글>이라는 주제에 맞는 작업이었습니다. 저는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가장 잘 표현된 결과물이 한글이라고 생각하는데 한글이 향한 곳,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향한 곳을 제 신체에서 몸의 무게를 받치고 있는 발에 집중했고, 발의 움직임, 특히 2018년도에 제가 <여민락) 음막을 즐기기 위해서 만들었던 움직임을 하고 있는 발을 카메라로 직접 포커스 함으로써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라든지 <여민락>의 의미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던 적이 있습니다.
올해 출품하는 여민락 작업도 이 연장선에서 그 당시 카메라로 포착했던 발의 움직임. 그 유려한 움직임을 받치고, 그 움직임을 받치는 발들이 균형을 잡기 위해서, 중심을 잡기 위해서 서로 힘을 분배하고 미세하게 근육들이 움직이는 그 발의 동작으로 궁중 정재(呈才) 64인무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궁중무용, 64인무에 포커스를 두지 않고 <여민락>이라는 음악이 가지고 있는 길이, 속도 – 이것은 당연히 그 <여민락) 음악만의 속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궁중 정재나 지금 남아있는 <수제천>이나 이런 음악들의 한 장단, 한 가락, 한 배라고도 하는데 그 호흡이 매우 깁니다 – 그 속도감을 시각화 하고, 그 움직임을 봄으로써 자연스럽게 그 속도감을 몸으로 또는 귀로 느껴볼 수 있는 그런 작업을 시도하고자 했습니다.
여민락의 정의 해석, 이 여민락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해서 이번 작업을 하게 되었는지?
<여민락>은 백성과 더불어 즐긴다’는 이름 때문에 요즘에 더욱더 많이 회자되는 것 같습니다. <여민락>은 원래 <봉래의>라는 궁중연회를 위한 궁중 정재의 한 부분입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만드시고 그것으로 용비어천가를 지으시고, 용비어천가의 가사를 내용으로 하여 <봉래의>라는 연회를 만드셨습니다. 그 연회의 구성 중 첫 번째 파트가 <여민락>인데, <여민락>이라는 것을 맨 앞에 내세운 사실 자체에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 잘 드러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나 백성과 더불어 즐긴다’라는 <여민락>이 정말 백성과 더불어 즐기기 위한 음악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당시 궁중 정재는 당연히 궁중 안에서 이루어졌을 것이고, 그 궁중 안에서 그 연회에 참석할 수 있었던 사람은 관료나 당시의 양반계층 또는 봉건세력, 건국세력 등 그런 계층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사람들에게 <여민락>이라는 제목의 음악을 함께 즐기고자 선보였을 때는 백성과 더불어 즐기기 위해 음악을 만들었다’고 하기보다 ‘백성과 더불어 즐겨야 한다’ ‘백성과 더불어 즐겨라’, ‘백성과 더불어 즐겨야만 한다’는 것을 세종대왕께서 간접적으로 시사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스스로 해 봅니다. <봉래의>라는 의식도 지금까지 사실은 전해져 내려오지 못하고 있고, <여민락>이라는 음악도 중간에 많은 변화를 거쳤지만 결국 민간에서 사람들이 즐겼던 것이 아니라 궁중연회 행사의 일부로 또는 양반들이 즐기는 음악으로 전해져 내려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여민락>을 저는 제 일상에서 즐기기 위해, 말씀드린 것처럼 매일매일 할 수 있는 체조나 스트레칭을 위한 움직임을 입힘으로써 그 음악을 즐기고자 노력했고, 또 음악에 붙여진 이름이 잘 포착될 수 있도록 그 움직임을 받치고 있는 발을 카메라로 포커스하는 작업을 했고, 이번에는 음악 자체의 속도를 우리가 한번 온몸으로 집중해서 느껴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카메라로 포착한 발을 가지고 궁중 정재에 나오는 64인무를 상상할 수 있는 형태의 영상 안무를 시도했습니다. 이번에 작업한 것은 <여민락> 음악 1장의 원가락 열두가락과 여음 두세 가락을 붙여서 한 10여 분에 이르는 음악만으로 구성했는데 가능한 현재 연주되고 있는 음악을 그대로 살리되 중간 부분에서는 음악의 속도감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주(主) 장단 장구 소리와 대금 소리를 뺀 나머지 소리들을 다 없애는 작업을 한 음악을 배경으로 했습니다. 이 음악은 제가 2018년도 <여민락> 작업을 할 때 만든 곡으로, <여민락-20202>에서 발표했던 발의 움직임을 포착한 이미지를 결합해서 <여민락> 음악의 속도에 보다 집중한 염상 작업을 했습니다.
관객들의 작품 감상 주안점은?
이 작업에서 조금 더 관람객들이 주목해 주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제가 원래 카메라로 포착한 영상은 매우 고화질입니다. 그래서 사실은 8K 모니터에 재생되었을 때 최상의 상태로 제가 의도한 영상을 보실 수가 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64개 발의 움직임을 연동하고자 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8K 모니터 연동이 충분히 가능하나,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예산이 너무 많이 드는 관계로 이번에는 프로젝션으로 표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발 움직임의 디테일이 원래 의도했던 8K모니터를 염두에 둔 만큼 표현되지는 못하겠지만 하나의 이미지가 네 개의 이미지로, 16개의 이미지로 또 64개의 이미지로 펼쳐지는 길이감, 그 속도를 통해서 우리의 궁중음악, 우리의 <여민락> 호흡 속도, 길이를 한 번 같이 느껴 보시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제 작업에서 특정하게 이렇게 봐 달라 하는 관점은 없습니다. 저는 나름대로의 관점으로 표현을 했지만, 관객들은 그런 속도감, 길이감 못지 않게 또 다른 것들을 발견하고 읽어 주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됩니다.
